Rayuela : 팔방치기

- 훌리오 코르타사르 지음, vasistas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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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가 되면 우리는 메지스리 부둣가Quai de la Mégisserie로 물고기를 보러 나갔고, 3월 표범의 계절은, 웅크린 채, 그럼에도 매일매일 붉어져만 가는 노란 태양 아래를 나아간다. 강가의 도로에서 돈 없이는 아무것도 주지 않을 중고서적상들bouquinistes을 외면하고서, 어항을 볼 순간을(우리는 천천히 걸으며 만남을 늦추었다), 태양 아래 온갖 종류의 어항을, 공기 중에 내걸린 듯한 검고 붉은 수백의 물고기를, 둥근 대기 속 조용한 새들을 기다렸다. 부조리한 기쁨이 우리의 허리춤을 움켜잡았고, 너는 노래를 부르며 나를 끌고 길을 건넜으며, 그렇게 우리는 대기에 달라붙은 물고기의 세계로 들어갔다.

     어항들, 즉 커다란 항아리들은 거리로 끌려 나와, 관광객과 겁먹은 어린아이들과 부인들이 이것저것 (개당 550프랑550 fr. pièce) 이국적인 것들을 수집하는 가운데, 태양 아래에, 태양에 공기가 뒤섞이는 구체나 육면체로 자리하는데, 그러면 빨갛고 검은 새들이, 춥고도 느린 그것들이, 소량의 공기 속에서, 부드러이 춤을 추며 돌고 돈다. 우리는 그것들을 바라보고, 장난스레 유리로 눈을 가져다 대고, 코를 바싹 붙이는데, 그런 우리의 행동은 수중 잠자리채로 무장하고 어항을 파는 나이든 여자들의 화를 돋우는 일이었으며, 그렇게 매번 물고기라는 것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더해만 갔고, 이해하지 않음의 길을 통해 이해되지 않는 것들에 접근하였고, 어항들을 넘어 퐁-뇌프 쪽 두 번째 가게에서 일하는 여자에게 마치 친구라도 되는 듯이 다가가서는, “차가운 물 때문에 물고기들이 죽는데, 차가운 물은 정말이지 너무 슬퍼...” 라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양치식물에 관하여 호텔 여직원이 내게 “물을 주지 마세요, 받침에다 담아 두면 식물이 알아서 마시고 싶을 때 마시고, 마시고 싶지 않으면...”이라며 했던 조언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우리는 직접 읽고서도 도무지 믿기 힘든 글을 떠올렸는데, 어항에 물고기가 하나뿐일 경우 물고기는 슬퍼하지만, 거울을 들여 놓으면 행복해 진다는 것으로...

     가게에 들어가서는 더욱 다양하고 복잡한 것들을, 온도계라든지 붉은 벌레 따위가 달린 어항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감탄해 마지않았으며 —그런 감탄은 우리가 개당 550프랑550 fr. pièce에는 아무것도 사지 않으리라 확신해 마지않는 여종업원들의 화를 돋우었다— 몸가짐들을, 사랑들을, 형태들을 발견하였다. 무언가 가느다란 초콜렛이나 마르티니크 산 바나나페이스트 같은 것이 녹아드는 조해성潮解性 시간 속에서, 우리는 은유와 유비에 잔뜩 취해서 언제나 진입할 방도를 찾곤 하였다. 그리고 기억하겠지만 이는 완벽한 조토-물고기로, 둘은 옥으로 만든 개처럼 놀아댔고, 그도 아니면 정확히 보라색 구름의 그림자였던 물고기로... 우리는 삶이 어떻게 삼차원 상에서 개별적 형태로 안착되는지를 발견하였는데, 그 삼차원의 형태란 측면을 보인 채로 있다거나 수직으로 물에다가 부동의 분홍색 선을 남기고 사라지기 일쑤였다. 단 한 번의 지느러미 질만으로도, 다시금 그곳에 눈과 수염과 지느러미를 달고 괴물처럼 나타났으며, 가끔은 배에서 싸질러 잘 풀리지도 않은 투명한 띠를 띄우기도 하였는데, 그럴 경우 그것은 이내 바닥짐이 되어 돌연 우리 사이로 물고기들을 집어넣고, 완전무결한 이미지로부터 끄집어내었으니, 이는 당시 우리가 툭하면 사용하던 거창한 표현을 빌리자면 바로 그것들을 연루시키는 행위였다.

 

(-93장)

Posted by vasis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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