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과 아이패드 업데이트가 됐는데, 번역기능이 새로 생겼다. 어느 정도 수준인가 봤는데, 단순 일상 문장 번역을 하고 그걸 소리내기엔 훌륭한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조금 어려운 문학 텍스트로 비교해본 결과 구글번역이 훨씬 좋았고, 다만 서양어로 해당 문장을 읽힐 경우 맥의 경우가 발음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금요일에 한 책방에서 강연 따위를 할 텐데, 올 사람이 적은 것 같아 다행이다. 일어나서 카드를 돌려주기 위해 역삼에 갔다가 버스 타느라 오랜만에 강남대로를 봤다. 중학생 때인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한창 할 때 매일 학원을 다녔던 거 같은데, 그때 비자발적으로 들은 음악들이 내게는 세대를 공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중음악이다. 버스를 타고 강북으로 넘어와 커피를 마신다. 요샌 어디든 몰개성적으로 개성적이고자 하기에 커피 맛이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너무 좋다 할 수 있겠다. 카페를 고를 때 개인적인 기준은 분위기와 인접성, 커피의 맛, 주인장의 품격, 노래, 음악 및 크기 조절 등을 보는데, 커피의 맛은 이제 더는 기준으로 삼지 않아도 될 정도다. 다만 분위기가 우아거나 정말로 개성적인 곳은 여전히 찾기가 힘들다. 한 사람에게 안녕을 통보 받았는데, 그의 탓도 나의 탓도 아닐 텐데, 사소한 고집 같은 게 잠시의 교차를 지나 각자의 길을 가게 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은 방식이라면 쥘과 짐의 노래였던 삶의 와류troubillon de la vie 정도에서 찾을 수 있겠는데, 글쎄 요샌 큰 감흥이 없다. 얼마전 울리카를 번역할 때에도 cruzarse라는 동사를 어떻게 번역할까 고민했는데, 원래는 십자가에서 유래한 단어로 교차한다라는 뜻이고, 그래서 언젠가 한 번은 만나고 더는 만날 길이 없는 것이기에 '만남을 뒤로하고서 우리가 나아갈 길은 달랐다.'라고 옮겼다. 함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기 위한 환상이 내게 더는 남지 않은 듯하다. 표현은 거의 안 하지만 수업으로 만나는 작은 인연까지도 내겐 꽤나 소중한데, 그래도 언제나 교차하고 나아가게 된다. 만남을 뒤로하고서 각자의 길로 나아가기엔 여전히 미련한데, 그래도 잠시나마 교차했음을 감사하는 것이 내가 아는 유일한 태도인 것 같다. 채 알지도 못한 것 같은데 너무도 많이 안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