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9

떠들기 2019. 11. 19. 22:29
Posted by vasis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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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떠들기 2019. 11. 19. 22:28

가까스로 일어나서 수업을 했다. 최근 세 명에게 각각 프랑스어와 독일어로 카뮈의 '시지포스 신화'를 읽히는데, 차단된 유리막 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없이 말하는 모습이 공중전화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는 작가만의 창의적인 표현으로 이해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비록 나의 경험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새로운 문명 속에서 더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린다. 분명 내가 느꼈던 감정 같은데, 더는 내게도 전달이 되지 않고, 하지만 그때의 나는 계속 아파하고, 지금의 나는 공감할 수 없고. 매일 까먹고, 매일 발버둥치고, 지금의 감정도 어느덧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게 되고, 이 모든 걸 받아들이고. 마침내 막막하고 마침내 모르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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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를 자주 집 안에 두고 나와 곤란했어서 문턱에 숨겨었던 것이 며칠 전에 사라져 열쇠 자체를 바꿔야 하나 고민했는데 청소하는 카르멘이 혹시나 해서 보고 주어서 간수하고 있다고 한다. 내게 카르멘이라는 이름은 테레사 베르간자가 불어로 부르던 오페라 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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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에게 비내리는 나무의 이름을 다시 물었는데, 잘못 들은게 아니고 과나코가 맞았다. 과나코는 야생 야마의 일종인데, 사람이 다가오면 침을 뱉어서 그에 빗대서 부르는 이름이고, 정식 학명으로는 티푸아나 티푸라고 한다. 남미 기준으로 봄철(10-12월)에만 비가 오지 않아도 비를 내리는데, 그 이유는 치차리타라는 벌레가 나무의 물기를 먹고는 그것을 흡수하지 못하고 다시 배출하면서 물이 방울져 떨어지는 것이라 한다. 한국을 떠나고선 줄곧 목련을 잊고 지냈는데, 목련이 생각난다. 인도의 보리수가 생각이 난다. 막대한 고무나무와 함께 티파(속명 중 하나)가 내게는 남미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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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을 하나 더 끝내고 환전한 다음에 다시 작업에만 몰두해보기로 한다. 그리 더운 날씨도 아닌데 언젠가 한국에서처럼 천불이 난다.

Posted by vasis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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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8

떠들기 2019. 11. 19. 14:28

이미 하루가 지났지만 하루가 지나지 않는다. 오캄포 생가를 갔고 비가 내리지 않아도 비를 내리는 나무를 알게 되었다. 이름을 들었는데 까먹어서 정보를 찾지 못했다. 해가 쨍쨍해도 이 나무 아래 있으면 보슬비처럼 이파리들로부터 물방울들 떨어진다. 너무도 맑은 생김새로 언제고 우는 나무가 있구나라는 인간적 감상을 하는 내가 한심했는데, 한심하게도 그냥 한심한 나날이어서 한동안 멍하니 나무를 올려다 보며 비를 맞았다. 말들이 너무 쉽게 말들을 자행한다.​


Posted by vasis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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