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열 번째 수직의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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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의 작란을 그러모아

기묘한 환상의 커튼 마냥 열어젖히는 여름,

마침내 길이 열리니,

삶은 저 스스로의 경과를 다시금 구성한다

저 스스로를 꿈꾸는 꿈과도 같이,

오직 꿈으로 있기를 멈추고자 한다.

 

그리고 가능과 불가능이

흉악한 음모를 꾸미는 곳에서는,

마치 새로운 의미가 싹트듯,

靜觀이 발아하여,

삶과 붙어먹고자 다가오는

심연을 바라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오래된 상자들을,

이 닳고 닳은 우주를 다시 한번 채우고자 한다.

 

그리하여 옆에 머무른다

창백하게 비틀린 역속들이,

주의를 요하는 의제들이,

허구적인 취기들이.

옆에 머무른다

삶으로 변장한 죽음이,

역사로 변장한 삶이.

옆에 머무른다

공간으로 변장한 시간이,

편재의 그릇으로 변장한 공간이.

 

돌연 생을 알아본 영원이다

돌연 영원으로 내딛은 생이다.

 

23

 

Descorriendo sus juegos de luces y de sombras,

como un telón extrañamente fantamagórico,

abre el verano el acceso a un territorio

donde la vida recompone su discurso

como un sueño que se sueña a sí mismo

para dejar de ser solamente un sueño.

 

Y entre las viciosas intrigas

de lo posible y lo imposible,

brota como un sentido nuevo

la neutra mirada de un abismo

que viene a combinarse con la vida

para llenar otra vez las viejas arcas

del gastado universo que habitamos.

 

Quedan a un lado entonces

las pálidas secuencias retorcidas,

las agendas vigiladas,

las ebriedades ficticias.

Quedan a un lado

la muerte disfrazada de vida

y la vida disfrazada de historia.

Quedan a un lado

el tiempo disfrazado de espacio

y el espacio disfrazado de omnipresente envase.

 

Es lo eterno que de pronto reconoce a lo vivo

y es lo vivo que de pronto ha pisado en lo eter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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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itre LV : Comment en haulte mer Pantagruel ouyt diverses parolles degelées.


« Dadventaige Antiphanes disoit la doctrine de Platon ès parolles estre semblable, lesquelles en quelque contrée, on temps du fort hyver, lorsque sont proférées, gèlent et glassent à la froydeur de l’air, et ne sont ouyes. Semblablement ce que Platon enseignoyt es ieunes enfans, à peine estre d’iceulx entendu, lors que estoient vieulx devenuz. Ores seroit à philosopher et rechercher si forte fortune icy seroit l’endroict, on quel telles parolles degèlent. Nous serions bien esbahiz si c’estoient les teste et lyre de Orpheus. »

 

Chapitre LVI : Comment entre les parolles gelées Pantagruel trouva des motz de gueule.

Le pilot feist responce « Seigneur, de rien ne vous effrayez. Icy est le confin de la mer glaciale, sus laquelle feut au commencement de l’hyver dernier passé grosse et felonne bataille, entre les Arismapiens, et le Nephelibates. Lors gelèrent en l’air les parolles et crys des homes et femmes, les chaplis des masses, les hurtys des harnoys, des bardes, les hannissements des chevaulx, et tout effroy de combat. A ceste heure la rigueur de l’hyver passée, advenente la serenité et temperie du bon temps, elles fondent et sont ouyes. »

 

(...)

 

« Tenez tenez (dist Pantagruel) voyez en cy qui encores ne sont degelées. » Lors nous iecta sus le tillac plènes mains de parolles gelées, et sembloient dragée perlée de diverses couleurs. Nous y veismes des motz de gueule, des motz de sinople, des motz de azur, des motz de sable, des motz dorez. Les quelz estre quelque peu eschauffez entre nos mains fondoient, comme neiges, et les oyons realement. Mais ne les entendions. Car c’estoit languaige Barbare. Exceptez un assez grosset, lequel ayant frère Ian eschauffé entre ses mains feist un son tel que font les chastaignes iectées en la braze sans estre entonmées lors que s’esclatent, et nous feist tous de paour tressaillir. « C’estoit (dist frère Ian) un coup de faulcon en son temps. » Panurge requist Pantagruel luy en donner encores. Pantagruel luy respondit que donner parolles estoit acte des amoureux. « Vendez m’en doncques, disoit Panurge. » « C’est acte des advocatz, respondit Pantagruel, vendre parolles. Ie vous vendroys plutost silence et plus chèrement, ainsi que quelque foys la vendit Demosthenes moyennant son argentangine. »

제55장

(...)

그때였을까, 안티파네스는 말에 관한 플라톤의 학설도 마찬가지라고 설파하는 중이었다. 어느 나라에서는, 엄동설한의 시기가 오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차가운 대기에 얼어붙고 쭈그러 들어, 더는 들리지 않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와 마찬가지로, 플라톤이 젊은이들에게 내린 가르침도, 정작 본인이 나이가 들어버리면, 거의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는 것이었다. 그말인즉, 어쩌면 지금, 바로 여기야 말로, 그렇게 얼어 붙은 말이 녹아 풀리게 되는 장소일지도, 골몰히 생각하고, 탐색을 행할, 천재일우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만약, 말의 본질이, 오르페우스의 머리와 수금이라 한다면, 필경 우리들도 그 말들을 우러러 숭배해야 하리라.

(....)

 

제56장 팡타그뤼엘은 얼어붙은 말들 속에서 요설을 발견하였나

그러자, 선장이 답했다. "나리, 조금도 놀랄 일이 아닙습죠. 여긴 얼음 바다가 끝나는 영역이지만, 작년 겨울초, 외눈박이 종족과 구름 위를 걸어다니는 종족 간에, 치열하하면서도 처참한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그 때 남녀할 것 없이 내뱉은 말이나 비명, 병사들과 대량의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 무구갑주나 마구가 충돌하는 소리, 말들의 울음소리, 전쟁의 훤조와 굉음이, 공중에서 얼어버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가혹했던 겨울도 마침내 끝을 고하고, 청량하고도 온화한 계절이 방문하였기에, 그들의 말들이 녹아 들리는 것입니다."

 

(...)

 

"자, 자. 여기 아직 풀리지 않은 말이 있네"라고 말하며, 팡타그뤼엘은 갑판에 있던 우리를 향해, 양손 가득 얼어붙은 말들을 던져주었다. 그것들은 뭐랄까, 가지각색의 진주에 싸인 캔디같았다. 빨간색 말, 초록색 말, 하늘색 말, 검정색 말, 황금색 말이 보였다. 그것들을 살짝 손으로 뎁히면, 정말이지 하얀 눈처럼 풀려, 실제로 말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말들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국의 말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수도사 장이 손으로 뎁힌, 커더란 말만은 다른 것들과 달리, 갈라진 틈이 없는 밤을 숯불에 내던져진 것과도 같이, 펑하는 소리를 내어, 우리는 모두 무서움에 저도 몰래 몸을 떨고야 말았다. "이것은 당시에, 대포가 한 발 발사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라고 수도사 장이 말했다. 얼은 말들은 더 달라는 파뉴르주의 말에 팡타그뤼엘은, "말을 건네는 것은, 연인들의 행위이지 않겠는가"라고 답하였다. "그러면, 몇 개라도 살 수 있게 해주십시요."라고 파뉴르주가 말했다. "말을 판다는 것은," 팡타그뤼엘이 답하길 "변호사들이나 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너에게는, 반대로 침묵을, 그것도 더욱 비싼 가격에 파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데모스테네스가, 언젠가, '타산적 편도선염'을 구실로 하여, 침묵을 팔았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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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 르네 기 카두

 

적요로운 나무둥치 언저리에서 나 다시 바다를 보게되리

푸르른 아레나 속에서 6월이 데구르르 귀뚜라미들 사이로

시끌벅적한 풀들 사이로 굴러간다

벌써 20년 째 나의 두 팔이 어깨로부터 흘러내린다

불어난 손목에 심장이 넘처흐른다

 

나는 더욱 멀리 칠흑의 지평 너머로 가고 싶다

추수한 농작물 위로 타오르는 불길들을 직조한다

물결에 뒤섞여 발정난 용골에 합류한다

나는 혼자다

그러나 혼자이기에 나는 해방된다

화형대의 장작더미처럼 나의 이마를 두 손으로 가져간다

나의 입술로부터 목마름의 장막을 거둔다

살아있음에 나는 오늘 밤 그 어떠한 죽음보다도 위대하다

 

그리하여 노정은 아름답다

지붕들은 매우 높이 제비들을 무게를 견디고 있다

천장에서는 한 무리의 청명한 하늘이 흩어진다.

나는 떠난다

가슴 속에서 가벼운 나의 피가 종을 울려 미사를 알린다

 

네가 걸어온 어둠이 20년 간 나의 곁을 지켰지만

결국 나는 지쳐버렸다

이제 눈을 붙이고 싶다

 

"다시 걸어라 바람을 맞고 회개하라

규석의 물결을 견디어라 그리하여 황량한 의식이여

인간이여

주름 뒤에 가리어진 나 너를 알아볼지어다"

 

애걸해서 무엇할까

나는 다시 바랑을 맨다

찾잔 바닥에 깔린 내 검은 얼굴을 들이킨다

그리고 홀로 정오를 향해 빛의 다발을 헤아린다

 

 

Plain-chant

- René Guy Cadou

 

 

Reverrai-je la mer au bord des fûts tranquilles
L’arène bleue où juin roule dans les grillons
Parmi les herbes tapageuses
Depuis vingt ans mes bras coulent de mes épaules
La crue de mes poignets fait déborder mon cœur

 

Je veux aller plus loin que l’horizon d’ébène
Tresser des incendies par-dessus les moissons
Et fleuve me mêler au rut des carènes
Je suis seul
Mais tout seul je puis me délivrer
Élever dans mes mains mon front comme un bûcher
Écarter de ma bouche le rideau de la soif
Vivant je suis grand ce soir que tous les morts

 

Et puis la route est belle
Les toits portent très haut leur fardeau d’hirondelles
Un essaim de ciel clair s’effiloche au plafond
Je pars
Mon sang léger tinte dans ma poitrine

 

Vingt ans à mes côtés ombre que tu chemines
A la fin je suis las
Et je voudrais dormir

 

« Marche encore dans le vent et dans ton repentir
Dans les flots de silex et ta conscience aride
Homme
Je te reconnaîtrai bien derrière tes rides »

 

A quoi bon implorer
J’ai repris la besace
Bu mon visage noir tout au fond de la tasse

Et seul vers le midi j’arpente les ray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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