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으로 오전이 끝났다
-하기와라 쿄지로, vasistas 옮김

지친 벌레가
신물나는 꽃잎 속을 헤엄친다
입맞춤도 질렸다
커피 한 잔으로 오전이 끝났다

고약한 날씨다
육체가 죽음을 생각한다
육체의 멀어져가는 비애를
짓누르는 듯 육중한 우울을 껴안으며 이어나갔다
여자는 빨간 기모노를 입고 웃고 있었다
너저분한 쿠션 위에서
피에로는 점점 죽어만 간다

 

 

コーヒー一杯で午前は終つた
萩原恭次郎

疲れた虫が
もの倦い花弁の中を游いでゐる
接吻も飽いた
コーヒー一杯で午前は終つた

天気の悪い日だ
肉体が死を思ふ
肉体のはなれゆく悲哀を
厭しつけるやうな重い憂欝の抱擁でつづけた
女は赤いキモノをつけて笑つてゐた
古びたくつしよんの上で
ピエローは死につゝある

一日は終つた
黄色い電灯が部屋へやつて来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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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에 대한 하나의 해석

호르헤 루이 보르헤스 지음, vasistas 옮김

 

 

 

장래란 경직된 어제와 마찬가지로
도무지 돌이킬 수 없다. 모든 것이
침묵의 문자로 이루어져
해독할 수 없는 영원의 문체를 담고서
시간의 책을 이룬다. 집에서 멀어진 이
이미 돌아왔다. 우리네 삶이란
이미 걸어간 미래의 오솔길이다.
무가 우리에게 작별을 고한다. 무가 우리를 방치한다.
굴복하지 마라. 감옥이어라 어둠은,
끊임 없는 철로 견고하게 짜여 있으나
허나 너를 가둔 곳의 어느 굽이진 곳안에서
부주의가, 균열이 있을 수 있다.
여정은 화살과 마찬가지로 치명적이다
하지만 틈 속에 신이 있다, 도사린 채로.

 

 

 

 

 

 

Para una versión del I King

 

 

El porvenir es tan irrevocable
como el rígido ayer. No hay una cosa
que no sea una letra silenciosa
de la eterna escritura indescifrable
cuyo libro es el tiempo. Quien se aleja
de su casa ya ha vuelto. Nuestra vida
es la senda futura y recorrida.
Nada nos dice adiós. Nada nos deja.
No te rindas. La ergástula es oscura,
la firme trama es de incesante hierro,
pero en algún recodo de tu encierro
puede haber un descuido, una hendidura.
El camino es fatal como la flecha
pero en las grietas está Dios, que ace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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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뤼흐 스피노자

번역 2023. 9. 15. 20:12

바뤼흐 스피노자

호르헤 루이 보르헤스 지음, vasistas 옮김

 

 

 

금빛 안개, 창을 비추는

석양. 근면한 원고가 이미

무한을 담은 채 기다린다.

누군가 어둠 속에 신을 세운다.

 

한 인간이 신을 낳는다. 누런 피부

슬픈 눈망울을 한 유대인이.

시간에 끌려간다, 강물에

끌러내려가는 나뭇잎 마냥.

 

아무렴 어떠한가. 주술사인 그가

정교한 기하학으로 집요하게 신을 세공한다

자신의 병약함으로, 자신의 무로.

 

그가 계속해서 언어로 신을 세운다

가장 방탕한 사랑이 그에게 주어졌다,

사랑받기를 바라지 않는 사랑이.

 

 

 

 

 

 

Baruch Spinoza

 

 

Bruma de oro, el Occidente alumbra

la ventana. El asiduo manuscrito

aguarda, ya cargado de infinito.

Alguien construye a Dios en la penumbra.

 

Un hombre engendra a Dios. Es un judío

de tristes ojos y de piel cetrina;

lo lleva el tiempo como lleva el río

una hoja en el agua que declina.

 

No importa. El hechicero insiste y labra

a Dios con geometríca delicada;

desde su enfermedad, desde su nada,

 

sigue erigiendo a Dios con la palabra.

El más pródigo amor le fue otorgado,

el amor que no espera ser am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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