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에 왔다. 터미널을 나오자마자 건너편에 오래된 주공아파트가 보여서 어린 시절이 잠깐 떠올랐다. 책방익힘 사장님이 굳이 마중을 나와 주셨다. 함께 차를 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서점에 왔다. 도중의 길이며 대화가 즐거웠다. 서점도 언니 분이 운영하는 펜션도, 이층의 공간도, 카페를 내리는 분도, 꽂혀 있는 책도 보기 좋았다. 내일 낭독회에서 함께 무엇을 읽으면 좋을까 고민하다 몇 편의 글을 추렸고, 낭독회 오는 사람들에게 책을 선물한다길래, 몇 명은 내가 주려고 고르고 샀다. 그리고 정작 내가 읽을 책이며 낭독회에 쓸 책도 가져오지 않아 퐁주의 시집을 사고, 또 그 외 읽을 것으로 가지이 모토지로의 <<레몬>>과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와 이제니의 <<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를 샀다. 핀 시리즈에 실린 이제니의 글은 읽은 적이 없어서 시간이 날 때 읽어보려 한다. 음악이 나오는데 사장님이 이미 퇴근해서(2층은 열고 퇴근한다) 끄지는 못하고, 그래도 조금씩 들리는 빗소리와 나쁘지 않아 즐거운 마음으로 이제 <<테스트 씨>> 개정판 작업을 한다. 거제도에서 생각보다 좀 더 오래 있을 거 같기도 하다.
수업 하나와 과외하나를 그만하자고 했고, 한 수업에 꾸준하게 오지 않는 친구에게도 수강을 취소하라고 했다. 7월은 좀 더 조용하고 멍하게 살고, 건강을 회복해 봐야 깄다. 거제도에 간다. 며칠이 될지는 모르지만 며칠 있으러 간다. 거제도에서 <<테스트 씨>> 개정판 작업이나 끝내야 겠다. 이 기회에 아예 수업은 다 그만두고 번역에만 집중할까도 생각해 보고.
탁월하다는 말 좀 사전에서 지워버렸으면 한다. 툭하면 별것도 아닌 걸로 자신이 고준한 안목이라도 지녔다는듯이 탁월하다 해대는데 지겹다. 뭐만 하면 탁월한 연구자에 학자에 작가에 번역가에 독자에 등등... 그렇게 탁월한 사람 많은데 왜 이렇게 세상이 시시할까. 자매품으로는 아티스트, 작업자라는 말이 있는데...